맞춤법 논란.

 자주 가는 모 게임 팬사이트 팁게시판에 이런 류의 글이 올라왔다. "한글 맞춤법에 대한 개념유머". 전공도 그런 쪽이다 보니 순간적으로 흥분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저런 용례를 갖다 붙이고 두서없는 비루한 지식들을 죽 나열했다.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까지 늘어놓으며 말이다. 참으로 웃기는 일일런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직 전공수업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은 마당에 말이지.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를 포함해 본문에 동조의견을 달았던 몇몇 덧글들을 두고 이르기를, "지적하는 데서 그치라. 지적을 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맞춤법을 틀리는 것보다 공연히 이들을 질타하는 것이 더욱 가소로워 보인다"더라.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히 나도 웬만해서는 정서법(*맞춤법)을 철저히 지키는 주의인지라 본문에 동조하는 의견을 펼치긴 했으나 쓸데없이 흥분한 나머지 조금 자극적인 표현들을 썼던 게 사실이니까. (그래도 솔직히 나도 인간이 덜 됐는지, 속으로 기분은 나쁘더라. 내가 틀렸다면 수렴을 하긴 하지마는.)

 하지만 기가 차는 덧글이 하나 달리더라. "당신네들은 맞춤법 얼마나 잘 지키고 살길래 그들을 욕하는가." 뭐 좋다. 나도 맞춤법에 대해서 온전히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틀렸다면, 그것을 깨닫고 수렴하는 자세와 자신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우격다짐으로 일관하는 자세. 뭐가 발전적인 방향이라 생각하는가. 가장 일반적인 예로 온라인상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을 하나 들어 보자. "님아, 님들아"가 왜 반말인지도 모르고 쓰는 이들이 태반이다. 그 중 왜 반말인지 모르고 쓴다는 사람들을 추려내어 그 반분지일에 해당하는 이들에게서 들었던 말이, "님아(님들아)가 왜 반말이예요?"라는 말이었다. 이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꼭 갓 국민학교에 입학하여 처음부터 받아쓰기 시험을 치러 100점을 받아냈기에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본인이 글 쓰는 글쟁이이기에? 그 잘난, 문법을 철저하게 따지는 국문학과에 적蹟을 두고 있는 인문학도이기에? 한글 맞춤법을 잘 지키지 않는 다른 이들보다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아니다. 최소한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그 나라의 고유한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면, 회화를 제외한다는 전제 하에 오히려 자국의 언어를 배우는 외국인보다 언어 구사능력이 떨어진다면(농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외대를 다니며 느꼈던 거지만, 외국에서 유학을 온, 심지어 제3세계라며 무시하는 동남아권 학생들에게조차, 심지어 나보다 학번이 낮은 학생들에게서조차 내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다. 이렇게 부족한 나일지 몰라도 일단은 모국어 회화를 아무런 불편 없이 구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그만큼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영어에 그렇게 목 매는 이들이, 영어사전을 수없이 뒤적거리는 동안 국어사전은 평소에 몇 번이나 뒤적거려 보는가? 아니, 그 모든 것을 차치해 두고서라도, 자신이 쓴 글을 몇 번씩 되새겨 보고, 틀린 것이 없는지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 보는가에 대해서 고심해 본 적이 있는가?

 앞서 언급했듯, 나도 아직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데는 신통치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올바르지 않은 언어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언어를 멋대로 파괴하고 있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온다. 자국의 언어보다 타국의 언어를 더 우월시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 것을 파괴하고 있는 꼴이라니. 이렇게 통탄할 일이 또 어디 있나? '이것은 잘못된 현실'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되냐는 말이다. 답답하다.. 답답하다. 동시에 기분 내키는 대로 채팅용어를 함부로 남발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구어체와 문어체를 구분하지 못한 채 언제 어디서 어떠한 표현을 써야 할지를 모르는, 이른바 "사회적 방언"과 "사무적 문체"를 구분하지 못하고, 앞서 말한 적재적시에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조차 없이 아무렇게나 자신의 생각을 '배설하는' 이들에 대한 혐오감 또한 같이 올라온다. 내가 잘못된 생각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주저 없이 나에게 돌을 던지라. 얼마든지 피하지 않고 맞아 줄 테니.

by 들고양이 | 2008/04/19 00:44 | 일상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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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oyaMaster at 2008/04/19 02:04
저도..일본어를 전공하며 공부하면서 느낀거지만..일본어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그에 따라서 국어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그걸 느끼면서도..언제나 제자리 걸음만 하는 제가 부끄럽습니다...(__)
Commented by 들고양이 at 2008/04/19 06:49
영어 복수전공 / 일본어 부전공 중입니다만..

토익 680 / JLPT 3급에서 머무르고 있네요. 한국어능력시험 공부도 해야 될 테고.

더불어 한자 공부도 해야 될 테고.. 갈 길이 막막합니다.
Commented by 강선생 at 2008/04/19 06:52
저도 수학 영어 과외 좀 해봤는데요.

항상 먼저 국어를 잘하냐고 물어봅니다.

국어 잘하는 학생이 수학영어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말도 못하면서 무슨 영어입니까?

문제를 이해를 못하는데 수학 공식만 외우면 뭐합니까?

국어는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것이지요.

맞춤법에 대한 논란도 그것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생각합니다.

맞춤법은 최소한 알아야하고 모르면 부끄럽게 생각해야하고 배우려고 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맞춤법을 만점맞아서 그런 것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맞춤법을 잘 모르니 이제 잘 알자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던파가 아무리 초딩게임이라지만 정신연령과 언어수준까지도 초딩이 되어가는 듯해서

좀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쥔장님처럼 생각이 잡힌 분이 계시니 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들고양이 at 2008/04/19 07:13
어디 비할 데 없는 졸문을 이리 과찬하시니 그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말씀을 듣고 나니 생각이 나는 게, 말을 하려다 말았지만

자국의 언어조차 경시하는 마당에 영어로 고등학교 수업을 진행하겠다 하니.. 기가 차더군요.

정치에 관심을 잘 두지는 않는 편입니다만 나라 꼴이 어찌 돌아갈지 무섭습니다.
Commented by 들고양이 at 2008/04/19 07:19
국수주의에 가까운 생각일런지 모르곘습니다만 차라리 국회에서 미친 척 하고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능력시험 의무응시 법안이라도 확 통과시켰으면 좋겠네요.
Commented by 건어매운탕 at 2008/04/19 15:24
던탐에서 리플 다셨길래 보고 글 씁니다.

자국의 언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시하고, 언어파괴행위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문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걸로 아는데, 하루가 다르게 신조어가 등장하고 규칙이 변화하는 점에 있어서는 언어파괴적이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한국어 말고 다른 언어에는 이런 현상이 없을 거라 생각되십니까? 하루에도 전세계에서 수만 수천 개의 신조어가 나타났다가 또 수만 수천 개의 안 쓰는 단어, 어법들이 사장되고 그에 맞춰 변해가는 게 언어인데요. 인간 역사에서 기록이라는 수단이 등장하면서 구어와 문어가 갈리게 되었듯이, 또한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등장하면서 인터넷 신조어가 나타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진대 굳이 그것을 언어 파괴 행위라는 삐딱선을 타고 꼭 보셔야 하는지요.

초딩게임이라는 던파를 할 정도로 젊으신 분이 왜 이리 생각이 고루하고 보수적인 지는 잘 모르겠는데, 물론 공감하는 점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애들 맞춤법 잘 모르지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요즘 '애들' 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 뿐입니다. 크면 다 압니다. 한국이 아직 그렇게까지 국어 교육을 경시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다고 하셨는데 이명박 정권하의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도 지나친 영어수업 편중은 지양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외국어 학습 체계의 태생적인 한계상 한국어를 잘 못 하는 사람이 외국어를 잘 구사할 수가 없거든요. 다만 가끔 한국어를 모르면서 외국어만 잘 하는 경우도 발생은 하는데, 제가 미군 쪽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이런 경우를 숱하게 보아 대충은 압니다만, 이 경우는 대개 조기유학파이거나 한국 태생이 아닌 한국인이어서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을 뿐입니다.

조금 넓게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젊은이들이 (저라고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자유롭고 넓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던탐에서 그런 리플을 달았던 건 이명박이 대통령 되고 한나라당이 국회의석 150석 넘게 먹은 영향인지 젊은이들조차 사고가 고루하고 보수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그 점이 매우 안타까워 타성을 질렀던 것입니다.
Commented by 건어매운탕 at 2008/04/19 15:27
짤막하게 하나 더 달자면 '님아'는 반말이 아니고 어법에 어긋나는 말입니다.

뭐 저한테 더 하실 말씀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 주세요.
이런 개인 블로그를 항상 들어와서 님 의견을 읽어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011-9198-8882
Commented by 건어매운탕 at 2008/04/19 15:39
자꾸 길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연락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싫으시면 하는 수 없구요. 저도 나름대로 토론하기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면서 또 외국어대에서 언어학을 전공으로 삼고 있는 학부생이기 때문에... 처지가 비슷한 사람의 입장으로서 (국문학과생이라고 하셨나요)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 지 궁금합니다. 올리신 글만 읽어서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 불분명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키노코 at 2008/04/19 19:37
지나가던 행인입니다.
아직 두 분에 비해 관련지식이 전무한 저로서는 감히 토론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못하겠습니다만, 감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 3자의 입장(이라 자처하며)으로서 볼 때, 건어매운탕님의 말씀이 틀리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건어매운탕님의 태도에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론(논쟁수준으로 번지긴 하였으나)의 원인이 되었던 글에서 코멘트를 달아주실 때, 건어매운탕님께서는 글쓰신 분의 태도에 대해서 '잘난척', '오만'과 같은 단어를 들으시며 비판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는 글쓰신 분께 결코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건어매운탕님께서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코멘트를 그렇게 쓰시면 안되죠. 결국 그 결과가 다른 분들께 공격적인 답글을 받게 되셨고, 이런 상황이 오게 된 것이잖습니까. 상대의 '잘난척', '오만'을 비판하기 위해서 같은 우를 범하시면 설득력이 없죠. 말씀을 조금만 더 순화하셨어도 지금과 같은 결론을 낳지는 않았을거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토론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못하므로 그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Commented by 들고양이 at 2008/04/20 17:20
건어매운탕//현재 이동전화 사용을 정지한 상태라 부득이 덧글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나날이 새로이 생겨나는 신조어들은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언어학도라 하시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저보다 잘 아실 만한 분야라 생각합니다. 또한 아시다시피 인터넷이라는 매체 속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더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죠. 이러한 흐름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막을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방언조차도 어문학에서는 보존가치를 높게 사며 언어의 생성 과정이나 옛 고어들의 자취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쓰이는 마당에 말이죠. (인터넷이라는 매체 내에서의 사회적방언이라 일컬을 수 있는 통신용어가 이에 해당한다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물론 통신용어 속에서는 편의를 위해 어절/음절, 형태소 등을 조금씩 줄여 가면서 만든 준말이라던지, 대명사로 사용되다가 일반명사에 가까운 단어로 승격되어 국어사전에 등재되는 등 자체만 보아서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만한 낱말도 많습니다. 하지만 소위 '막장'이라 일컬어지는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들(이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 않겠습니다.)의 회원들 간에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언어생활의 단면을 조금 들여다 봤더니, 사회적으로는 비교적 적은 나이라고 생각되는 저로서도 처음 봐서는 못 알아들을 만한 얘기 투성이더군요. 사회적 방언격의 낱말은 어느 정도 온라인상에서의 생활을 통해 큰 무리 없이 이해를 하긴 합니다마는, 주/목/서 중 주어와 목적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서술어 쪽에서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제가 묻고 싶은 사항은 이렇게 사회적방언에 알게 모르게 길들여져 가면서 정작 표준어(수많은 방언 중 채택된 한 개체입니다만, 텍스트에서는 이렇게 말하죠. "교양있는 한국인들이 널리 쓰는 현대 서울말")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갖고 있는가입니다. 언제까지 '아직 어려서'라는 방어기제를 달아 주고서는 사회적방언을 가장한 언어파괴를 눈감아 줘야만 하는 겁니까. 중년층의 사회적방언을 유/장년층이 못 알아듣는 것과 그 반대의 경우 또한 분명히 가능한 얘깁니다. 하지만 그는 인식과 경험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으나 온라인상에서의 통신용어에서 빚어지는 그것은 같은 맥락을 두고 있으면서도 차이가 큽니다. 기본적인 언어의 틀까지 갈아엎어 버리는 마당에 말이죠. 더욱이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이러한 현상들을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버리지 않습니까. 이건 분명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되지 않을런지요.

시쳇말로 초딩들이나 하는 게임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던파를 플레이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아니 말씀하신 대로 나이가 적은 편(86년생)입니다. 나이에 비해 조금 고루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바라보기에 충분할 만한 언동으로 일관을 하고 있는 건 제 스스로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분만큼은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한참 술을 마시다 엎어져 자고 일어나서 바로 덧글을 작성하는 거라 영 두서없이 썼네요. 잘못된 점이나 따로 더 하실 말씀이 있다면 덧글 달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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